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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Australia

게으른 나에게 이 도시가 준 선물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저녁에 노을이 질 때면 뭔가 근질근질한 것이 재미난 것이 없는지 찾아나설 정도로

밤을 좋아하는 편이다

 

강제적인 일이 없다면 아침에 스스로 일찍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일찍 일어나도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면서 빈둥거리거나

아침일찍 아무일도 없는데 집 밖으로 나간적도 없다

 

이런 나의 '게으름을 고치자'라는 계획은 15년째 지켜지지 못한채

나를 괴롭힌다

 

호주는 한국보다 더 아침이 분주한 나라인것 같다

물론 한국사람들의 타고난 부지런함은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한국은 24시간 분주한 나라이니까..

호주의 아침은 한국과는 다른 모습으로 분주함이다

 

출근전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 출근전 카페에서 아침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어린 자녀들을 학교로 등교시키는 사람들...

 

브리즈번에서 청소일을 할 때 아침일찍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아침에 저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천한 적은 없다

 

호바트에서 생활을 한지 2주 정도가 되었다

호바트는 타즈매니아에서도 남쪽에 자리잡고있어서

한 겨울엔 7시가 넘어야 해가 뜨고 5시면 해가 진다

밤이 긴 이 도시는 나에게 잘 맞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가야하는 날은 걱정이 앞서

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등교를 하는 날 아침

집에서 나와 모퉁이를 돌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호바트의 풍경...

 

 

 하루에 거의 한번이상은 비가 오는 것 같다

새벽에도 비가 왔는지 아침부터 구름이 끼어있다

그러나 그 구름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아침햇살은 저 멀리있는 산자락까지 내려앉아

호바트를 내려비추고 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뿌옇게 멀리있는 풍경을 가린다

 

 

뿌연 하늘에 대조적으로 잔디는 푸릇하다..

겨울인데 푸릇푸릇하는 잔디라니 ㅎㅎ

 

버스정류장 뒤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공원의 벤치

이런 자그마한 것들이

아침일찍 일어난 나에게 이 도시가 나에게 주는 선물 같다

 

좀 더 자주 만나고 싶은 풍경이다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싶다

그동안 움츠려들어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