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일때는 다이어리를 적는게 유행이었다
해가 바뀌면 다이어리도 바뀌었지만 항상 내 다이어리 앞페이지를 차지하는 시가 있었다
류시화 님의 시월새벽
그 중에서도 저 구절은 사춘기 나의 감성에 확 꽂혀서 깊이 자리잡았다
잎사귀들은 흙 위에 얼굴을 묻고
이슬 얹혀 팽팽해진 거미줄들
한때는 냉정해지려고 마음을
먹은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눈물이 많아졌다
이슬 얹힌 거미줄처럼
내 온 존재에 눈물이 가득
걸렸던 적이 있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중
십수년이 흘러 누군가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라고 얘기했다
이렇게 쓸쓸한 구절을 좋아한다니
실제로 만나면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일거라고 했다
최근에 류시화님 책이 새로 나왔던데
예방주사 맞듯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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